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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동아광장/정재승]1년에 하루만이라도 재능 기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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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APCTP
    comment comment 0건   ViewHit 5,554   DateDate 05-0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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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송두리째 바뀐다. 무심코 집어든 한 권의 책에서, 누군가의 진심 어린 한마디 말에서,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리는 영혼의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그것은 한순간 우리 삶을 뒤흔들고, 현실과 꿈을 단번에 매혹하며, 일상이 지향할 지표가 된다. 인생은 ‘성실한 정진의 마라톤’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우연이 빚어낸 흥미진진한 항해’다. 과학자 한마디에 목마른 청소년들 과학자의 삶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과 얘기해 보면 종종 자신이 과학의 매력에 빠진 순간을 기억한다. 수학 선생님의 격려 한마디가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려는 무모한 용기를 갖게 했고, 우연히 듣게 된 과학자의 강연에서 생명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민감한 사춘기 시절, 누군가의 한마디로 우주와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에 매혹된 청소년들은 그날부터 과학자를 꿈꾼다. 우주를 탐구하고 생명의 기원을 실증적으로 고민하는 과학자의 삶이 고귀하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세상이 뭐라 해도 과학자의 꿈을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비누보고? 환테크 주의할점은 독감 백신 바닥났다 안타깝게도 시골이나 작은 도시에 사는 청소년들은 과학자를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선 과학자의 대중강연이 종종 벌어지는데, 시골 청소년들에게 과학자는 소녀시대 또는 빅뱅만큼이나 딴 세상 사람들이다. 몇 년간 과학자 과학저술가들과 인구 20만 명 이하 작은 도시의 시립도서관에서 강연 시리즈를 벌여 왔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과학자’라 이름 붙인 이 행사는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와 과학창의재단의 지원으로 과학자 강연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도시 밖 청소년에게 전하려는 취지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과학자를 보기 위해 읍내에서 1시간 30분이나 차를 타고 온 학생부터 과학자를 처음 본다며 만지려는 장난꾸러기까지, 그들을 만나고 나면 과학자들은 가슴이 뜨거워진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과학자 시리즈를 신청한 시립도서관이 많지만 강연을 다 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달 트위터에 작은 메시지를 올렸다. ‘혹시 작은 도시에 강연 기부를 해주실 과학자 없으신가.’ 강연 기부라면 돈 없이도 행사를 치를 수 있으니 5, 6명이라도 참여해줄 과학자가 있다면 좀 더 많은 도서관에서 강연을 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마음에서였다. 웬걸,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과 8시간 만에 연구원, 교수, 의사, 교사 등 100여 명이 기꺼이 강연 기부를 하겠다며 신청했고, 허드렛일이라도 돕겠다는 분이 100여 명, 책이나 돈을 후원하고 싶다는 분도 100여 명에 이른 것이다. 하루 종일 트위터 타임라인을 훈훈하게 달구는 재능 기부 열풍 속에서 그날 우리는 ‘아름다운 기적’을 목격했다. ‘10월의 하늘’에 몰린 기부 열정 덕분에 단군 이래 한반도에서 처음 벌어지는 행사가 30일(토) 오후 2시에 거행될 예정이다. 과학자 100여 명이 전국 30여 개 작은 도시 시립도서관에서 일제히 강연 기부 행사를 한다. 행사 취지에 공감한 음악인들은 홍보 노래를 만들어주고 공연 기부를 했으며, 일러스트레이터는 포스터와 홍보 일러스트를 만들어 주었다. 밤새 만들었지만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는 것이 그들의 전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기부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10월의 하늘’이라 이름 붙인 이 행사는 ‘프로 보노 운동’의 일환이다.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이 운동은 원래 미국 법조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변호사들이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던 데서 시작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 지식과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전문가가 조용히 프로 보노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데, 이 행사는 ‘프로 보노 활동의 과학자 버전’이라고나 할까. 영화 ‘옥토버 스카이(October Sky)’에서 미국 탄광촌에 살던 소년 호머 히캄은 1957년 10월 어느 날, 소련에서 쏘아올린 ‘하늘을 날아오르는 별’(인공위성)에 관한 뉴스를 보고 로켓과학자의 꿈을 키운다. 주위의 냉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탄광촌에서 혼자 실험을 하면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로켓과학자가 된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에도 한반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소년들이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에서 과학자를 만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고 과학자의 삶을 꿈꾸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그날 하루 단 한 명의 열정적인 과학도가 태어날 수만 있어도 재능을 기부해주신 모든 분께 그 영광이 돌아가길. ‘10월의 하늘’을 시작으로 과학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단 하루만 자신의 재능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부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맘속의 가을 하늘은 더없이 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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